원제 : Scoop (특종)
각본 : 우디 앨런
감독 : 우디 앨런
주연 : 우디 앨런, 스칼렛 요한슨, 휴 잭맨
제작 : BBC 필름스
장르 : 로맨스 코미디
개봉 : 2007년 1월
줄거리 : 런던에서 휴가를 보내던 기자 지망생 손드라는 한 마술사의 공연을
보러 간다. 마술사의 공연에 참여하게 된 손드라는 죽은 기자의 영혼을 보게
되고, 영혼은 그녀에게 잘생긴 영국 귀족이 악명 높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
려준다.
Scoop 네티즌 리뷰
www.cine21.com/Community
영화명 : 스쿠프
제목 : 어느 마술사의 죽음
글쓴이 : quixote80 (2006.11.22)
영국 최고의 특종 전문 기자였던 조 스트롬벨(이안 맥셰인)이 방금 죽었습니다. 하지만 저승으로 건너가는 도중에 그는 다른 저승행 동료로부터 영국 귀족 가문 자제인 피터 라이먼(휴 잭맨)이 연쇄 살인범이 확실하다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스트롬벨은 이 특종(scoop)을 두고 떠나기가 너무 아쉬운 나머지 이 사실을 다른 언론인에게 넘겨주려고 하는데, 마침 그의 레이더망에 미국 대학 신문 기자인 손드라 프랜스키(스칼렛 요한슨)가 걸려듭니다. 여기에 마술사인 시드 워터맨(우디 앨런)도 이 특종감을 알게 되고, 마술사와 기자 지망생 콤비는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피터 라이먼에게 계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죠. 그리고 예상할 수 있듯이, 손드라는 본의 아니게 살인마일지도 모르는 피터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우디 앨런의 2006년작 [스쿠프]는 그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스칼렛 요한슨을 주연으로 해서 찍은 두번째 영화입니다. 그리고 앨런이 이 영화를 구상한 시기는 [매치 포인트]를 한창 만드는 중이었다고 하는군요. (그는 런던에 오래 머물다보니 아파트 주위를 거닐면서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래서인지 흥미롭게도 [스쿠프]와 [매치 포인트] 두 영화 간에는(판이한 분위기와 형식인데도 불구하고) 겹치는 부분이 꽤 여럿 발견됩니다. 가령 미국에서 놀러온 젊은 여자가 영국 상류층 집안과 엮이게 되고, 영국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잔인한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의 골격이 상당히 유사하죠. 또 런던을 떠나있는다던 애인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들통나는 상황이나, 영국 상류층을 바라보는 앨런의 시니컬한 시선 역시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좀 더 나가면 이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살인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매치 포인트]에서 노라 유령이 드러낸 원한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쿠프]를 [매치 포인트]의 다른 버전처럼 여겨지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 역시 인생은 '운'에 의해 지배된다는 인식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쿠프]의 주인공들이 겪는 운명은 하나같이 운에 의해 좌우됩니다. 운이 나쁜 여비서는 독극물을 마시고 죽고, 운이 좋은 여기자는 특종 거리를 유령을 통해 알게 되고, 운이 더럽게 나쁜 마술사는 반대편 차선으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당해 죽는 식이죠. (휴 잭맨의 대사를 빌리자면) '아이러니하고 비극적이게도' 인간의 삶은 자신의 선량함이나 능력과는 무관한 운에 의해 지배당한다고 우디 앨런은 주장합니다. 따라서 [스쿠프]는 기본적으로 [매치 포인트]와 거의 같은 이야기를 전혀 반대되는 형식(이번에는 희극)을 통해서 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떤 면에서 이 '운 2부작'은 [멜린다와 멜린다]에서 했던 시도(같은 주제를 갖고 희극과 비극을 따로 만드는)를 영화 두 편으로 쪼개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군요.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한번 되풀이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물론입니다. [스쿠프]는 우울하고 건조했던 [매치 포인트]와는 달리, 시종 경쾌하고 수다스러우며 크고 작은 헛소동이 이어지는 우디 앨런표 코미디입니다. 그리고 이런 희극 형식은 [매치 포인트] 식의 장중한 드라마가 결코 해낼 수 없는 비판적 기능과 자기반영, 아이러니의 구사 등을 마음껏 해낼 수 있는 훌륭한 토대가 되죠. 특히 앨런이 여기서 주된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매스미디어의 부정적 측면입니다. 평생 특종을 찾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죽어서까지 특종을 쫓는 스트롬벨과,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수시로 취재원과 부적절한 관계에 빠지는 손드라를 보세요. 손드라는 결국 특종을 잡아내지만 그건 이미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난 뒤입니다. 진실을 밝히고 부정을 폭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높이고 판매 부수를 늘리는 일이 앞서다 보니 미디어는 점점 공익과 거리가 멀어지게 마련입니다. 방점은 프라다를 입은 살인마가 아니라 그를 뒤쫓는 미디어에 찍혀 있고, 우디 앨런은 그의 방식대로 멀찍이 떨어져서 이 걸어다니는 타블로이드 신문(손드라)이 하는 일들을 냉소적으로 지켜봅니다(이건 코미디이므로 인물에게 감정 이입하거나 가까이 접근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앨런이 마술사 시드 역할을 통해 감행하는 스스로에 대한 냉정하고 잔혹한 비판의 칼날입니다. 앨런은 그 어느때보다도 가차없이 영화 감독으로서, 배우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합니다. 여기서 우디 앨런이 다른 직업도 아니고 하필 마술사를 연기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마술사는 기본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놀라움, 비현실의 경험을 안겨주는 사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술수를 사용하는 사기꾼이며, 비밀을 알고 나서 보면 시시하게 느껴지는 잔재주를 부리는 자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앨런은 예술가로서의 자기 직업이 마술사와 흡사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예요. 예술가 역시 보는 이에게 큰 기쁨과 환상을 선사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예술 역시도 눈속임이자 현실 도피에 불과한(근본적인 해결은 가져다주지 않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때문에 우디 앨런이 영화 감독이나 작가를 연기하지 않았는데도 그의 [스쿠프] 속 모습은 충분히 자기 반영적입니다. 그가 예술가로서 느끼는 자괴감, 컴플렉스, 그리고 자존심과 같은 것들이 이 처량하고 말 많은 마술사 시드를 통해 그대로 투영되고 있어요.
더욱 놀라운 점은 영화 막바지에 우디 앨런은 자기 자신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과격한 해결책을 구사한다는 것입니다. 나이 일흔이 넘은 노인이 스스로의 작품 속에 자신의 죽음을 연출하는 상황을 -그것도 남의 죽음 대하는 듯한 시선으로-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가([한나와 그 자매들]에서는 극도의 건강 염려증 환자였던 그가!) 이제는 죽음까지도 대단찮게 받아들일 만큼 인생에 대해 여유로워졌음을보여준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영화 속에서 죽은 이후에 보여주는 시드의 덤덤하고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를 보면 그런 것도 같습니다. 마술사 시드는 자신이 당한 억울한 죽음에 원통해하거나 집착하기보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저승행 여객선의 다른 승객들을 모아놓고 수다와 마술을 펼쳐 보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에게는 아직 해야 할 말들과 보여줘야 할 마술들이 머리 속에 가득 남아 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못 펼친 이야기 보따리가 잔뜩 남아 있기로는 우디 앨런 역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러니 부디, 살아서 오래오래 모두 다 보여주기를. 우디 앨런 당신 앞에 놓인 끝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때가 많이 이릅니다.
부연 1.
스칼렛 요한슨은 이 영화 말고도 [프레스티지]에서도 휴 잭맨과 공연했습니다. 다른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 [스쿠프]에서의 안경 낀 여대생 이미지가 완전히 딴판인데, 다른 영화에서 자신의 성적 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요부의 모습이었다면 [스쿠프]에서는 자신이 관능적이란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는 여자(정말 그런 사람이 있답니다)를 연기하는군요. 이것 말고도 [블랙 달리아]도 개봉을 앞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현재 헐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배우는 스칼렛 요한슨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부연 2.
이 영화에선 내내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비롯한 발레 음악들이 흘러나옵니다. 영화의 단아하고 경쾌한 흐름에 이런 곡들이 잘 어울리는 것도 있지만, 사용된 진짜 이유는 "백조의 호수"의 줄거리에 있죠. 힌트는 '왕자'와 '신분을 속인 여자', 그리고 '호수에 몸을 던지는' 행위에 있습니다. 음악 선곡이 정말 절묘한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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